우먼타임스 = 심은혜 기자“사랑하는 여름이를 잃고 긴 우울과 슬픔의 펫로스 증후군을 경험했고, 모카를 키우며 펫로스 증후군을 매듭지었다. 그 시간은 무려 15년이었다.”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은 반려동물이 떠난 뒤 경험하는 상실감와 우울 증상을 말한다. 반려동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펫 로스 증후군도 늘고 있다. 반려견을 갑작스레 떠나보내고 ‘펫로스 증후군’을 겪던 도란 작가가 다시 반려생활을 하며 이별의 아픔을 갈무리하는 이야기 ‘다시 쓰는 반려일기’가 출간됐다.1장에서는 저자가 긴 세월 앓던 펫로스의 아
3년마다 여성가족부에서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한다. 올해는 8월 2일부터 31일까지 조사가 진행됐고 내년쯤 보고서가 발간될 예정이다. 조사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족 3만 2천여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다문화 가족을 둘러싼 정책환경의 변화에 따른 실태와 수요를 파악하는 계기였다.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은 유독 두드러지는 점이 있다. 2018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 중 결혼이민자 가구는 85.7%, 기타귀화자 가구는 14.3%다. 이 중에서도 결혼이민자의 82.7%는 여성이다. 다
내가 졸업한 대학교에서는 1년에 한 번씩 멋진 풍경이 연출됐다. 흰옷을 입은 간호과 학생들이 줄지어 서서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는 모습이었다. 선서를 하는 학생들은 엄숙하고도 청순해 보였는데, 수 백명의 간호대 학생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간호사는 대개 여성인 줄 알았지만, 졸업 이후 사회에 나와보니 남성간호사도 더러 보였다. 종합병원에는 남성간호사가 반드시 있었고, 의료과목에 따라 남성간호사를 선호하는 분야도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간호대학교, 간호학과를 홍보하는 이미지에는 긴 머리에 유니폼을 입은 여성간호사의 이미지를 사용한
정부부처 중에 단 하나라도 100% 마음에 쏙 드는 곳이 있을까. 나는 비교적 체계가 잘 잡힌 우리나라의 의료보건제도를 높이 평가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업무를 100% 좋게 보지는 않는다. 기상청은 또 어떤가. 걸핏하면 틀리는 날씨 덕에 예보를 포기한 지도 오래됐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보건복지부를 폐지하라거나 기상청을 없애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수의 국민을 위해 일하는 기관이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더라도 없애는 게 능사가 아님을 우리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유독 상식이 통하지 않는 기관이 있다면 바로 여성가족부
초등학생이었던 어린시절, 학교에는 장래 희망이 미스코리아인 친구들이 꼭 있었다. 그만큼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선망하는 미인대회가 미스코리아였다. 거대하게 부풀린 머리카락과 또 그만큼 거대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짤막한 자기소개와 워킹을 펼쳤고, 미스코리아 대회가 있는 날이면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대회를 구경했다. 지금보다 볼거리가 적고 성인지감수성이 낮은 시절이었다. 그리고 수 십 년이 지나 미스코리아대회는 여성인권이 재조명되면서 조금 다른 시선을 얻게 된다. 성상품화, 외모품평, 선정적 행사 진행 등으로 인해 곱
몇 해 전 ‘펜스룰’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굉장히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이 단어가 우리 머릿속에 들어온 시점은 대략 2018년, 여기저기서 불붙듯이 벌어진 미투운동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조계의 성추행사건 폭로로 미투운동이 시작됐고, 나이와 소속에 상관없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 성범죄가 탄로나면서 아연실색했던 시기다. 미투운동이 모두에게 반성의 시기가 되고, 그동안 피해자가 숨죽여야 했던 문화를 바꿀 거라 생각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남성은 무고죄의 가능성을 제기하며 펜스룰을 시도했다. ‘펜스룰(Pence Rule)’
여성 속옷을 표현할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 있다. ‘손바닥만한 천 쪼가리’라는 표현이다. 작아도 너무 작은 여성의 속옷을 두고 웃자고 하는 말이다. 손바닥만한 데다가 얇고 세탁까지 번거로운 천 조각이 비싸긴 또 왜 그리 비싼 걸까. 그렇다고 착용감이 깃털처럼 가볍고 편안하지도 않다. 몸에 꼭 맞는 속옷을 입다 보면 여름철 질염과 땀띠는 단골손님처럼 찾아온다.속옷은 화려할수록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여성 속옷은 유난히 작고 예쁘고 과대포장 안에 푹 파묻혀 있기 일쑤고, 남성 속옷은 통풍이 잘되고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되는 널찍한
미국 드라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작품 가운데 가 있다. 나는 20대 시절에 프렌즈를 봤는데, 친구들이 우정을 다지면서 연인으로 특별한 감정도 만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부러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살면서 성별과 관계없이 친구들이 많았고, 이른바 ‘남사친’들과 거리낌 없이 지내온 나지이만, 우리사회에서 성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건 항상 체감하는 편이다. 내 경우엔 어릴 적부터 편하게 지낸 친구들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날카롭게 대응하지 않는 편이다.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나를 친구들이 심각하게 대응하지 않고, 친구들
딱히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감정이 든 적은 없지만, 만약 돌아가야만 한다면 13살로 돌아가고 싶다. 그 시절엔 모든 여성이 한다는 그것, 학교로 성교육을 나온 어느 제지회사의 직원이 설명해준 그 위생용품을 사용한다는 게 얼마나 속박인지 상상할 수 없었다. ‘언젠가 하게 된다’는 월경은 막연하지만, ‘여성이 됐다’는 증거라고들 말하니까 예쁜 훈장쯤 되려니 생각했을 뿐이다. 그리고 14살 여름방학, 친구와 방학숙제를 하러 경복궁에 다녀온 날 ‘그것’이 내게 도착했다. 생각보다 예쁘지 않은, 단순히 예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충격과 불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육아 예능’이 흔한 편이다. 문제행동이 있는 아이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나 서투른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프로그램 등이 수 년째 방송되는데, 그 중에서도 아빠가 육아하는 프로그램이 단연 인기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를 ‘슈퍼맨’이라 칭하는 는 지난 2013년부터 무려 8년째 방송 중이니, 그 탄탄한 인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우리나라에서 아빠가 육아를 담당하는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이유는 엄마보다 육아에 서투른 아빠가 좌충우돌하며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또 서투른
회사생활을 할 때, 정확히는 나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이 모두 남성이었던 조직에서 일할 때 숱하게 들어온 말이 있다.“군대도 안 갔다 온 애가~.” “군대를 다녀와야 책임감이 생기고 어른이 되지.”명백한 성희롱이었지만 당시 나는 상사에게 그런 부분을 따져 물을 수 없었다. 아마 위계로 인한 압박과 더불어 나 혼자 여성이라는 소외감 때문이었으리라. 그 회사뿐 아니라 어느 회사를 가든 남성직원들 입에서는 군대이야기가 늘 나오곤 했다. 군대에서의 고생, 열악한 환경, 부조리한 관계 등등 군대에서 고통스러웠던 일대기를 풀어놓는 남성직원이 한
지난 3월 스토킹 처벌법이 발의된 지 22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타국과 비교하면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통과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스토킹 범죄 처벌법은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정의 및 처벌규정 등을 담고 있는 법안으로, 범죄자는 최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여기서 스토킹 행위란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고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학교와 직장 등 일상생활을 하는 장소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이메일이나 전화 등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까지 포함된다.
우먼타임스 지면을 빌어 여성이야기를 쓴 지 반 년쯤 된 듯하다. 처음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칼럼 연재를 시작했는데, 매번 새로운 주제를 쓰고 그것을 취재하며 정보를 얻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져 심리적 타격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30대 여성으로 살아가는 나는 간혹 차별받고, 불이익을 당하고, 분노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고민한다. 그 수 많은 경험은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내용이다. 그럼에도 내가 섣불리 다루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장애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신체에 특징이 있는 장애여성의 경우 불이익과 차별의 진폭이 비교할 수 없
얼마 되지도 않았다. 상사의 지속적인 성추행과 주변의 압박에 여군이 자살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미투 정도의 논란을 넘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인과 혼인신고를 한 당일이었다. 피해자가 생을 마감하기 전 끔찍한 성추행을 당한 때가 3월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집단감염을 우려해 부대의 음주와 회식 금지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가해자는 피해자를 강제로 불러냈고, 입에 담기도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더군다나 가해자의 행위가 처음도 아니었으며, 그동안 그런 사실을 가볍게 덮으려 했던 군 조직의 문화는 한없
얼마 전, 김이나 작사가의 인터뷰를 읽다가 “젠더 프레임에 갇혀 있지 않은 노래에 자극을 받았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예를 들었던 노래는 헤이즈의 라는 곡이었다. 이 노래의 가사 중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이제 난 돈도 벌었는데 나를 보는 너의 심장은 굼떠 / 난 정말 모르고 네 선물 고르고 네가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던걸”얼핏 들으면 금전적 성공에 집중하던 남성이 마음이 변한 여성을 보며 부르는 노래 같다. 하지만 이 노래의 글쓴이와 부른 이는 모두 헤이즈였다. 인터뷰를 읽은 후 다시 노래 가사를
최근 몇 년간 페미니즘은 전 세계의 시류였다고 느낀다. 오래 전부터 여성인권을 존중해달라는 바람은 세계 곳곳에서 일었고, 미국에서 시작한 미투운동의 영향과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온갖 사건으로 인해 바람은 거세졌다. 그렇게 페미니즘이 사람들에게 겨우 설득될 무렵, 생각하지 못한 악재가 앞길을 가로막았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었다. 그 지독한 팬데믹은 페미니즘까지 살라먹고 있다. 방글라데시, 브라질, 에티오피아, 인도 등 저개발국가에서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강제결혼을 강요받고 있다. 유니세프의 보고서
우리나라는 비교적 치안이 좋은 편이다. 범죄 발생률이 낮고 평소 식당이나 카페에서 가방을 두고 잠시 자리를 비워도 아무도 건드리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 간에 기본적인 신뢰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런 정감 있는 풍경이 있는 동시에 거리에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흔히 ‘건장한 남자’는 거리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기습적인 위협에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체격이 좋은 건강한 남성이라면 대개 범죄대상에서 빗겨나게 된다. 그렇다면 여성은 어떨까. 여성도 건장하기만 하면 범죄대상에서 벗어나게 될까.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라떼는 말이야’식으로 말하자면, 내가 사회초년생으로 일하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진보했다고 느낀다. 아주 오래 전, 6개월쯤 다녔던 회사에 내가 소속된 부서에는 수시로 ‘야한 농담’을 하고 여성직원의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뒤에서 껴안는 식으로 추행하던 부서장이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하고 처벌하는 시스템이 전혀 없는 상태라 신고는 상상의 영역이 아니었다. 당시 부서 내 여성직원들이 하는 거라곤 그 부서장을 피하거나 대처하는 ‘꿀팁’을 공유하는 정도였는데, 야한 농담을 하면
성인이 된 지 한참 지난 사람들과 대화하며 성차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짚어주거나 성평등을 주장하는 자리는 언제나 진이 빠진다. 상대방이 모자라거나 못돼서가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머릿속에 심어진 고정관념이 성평등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돼서 그렇다. 말하는 나는 피곤하고, 듣는 상대는 또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이럴 땐 성평등 인식을 어른이 된 이후에 하나씩 깨우치기보다 어린 시절부터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학습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성평등 인식을 제대로 배운 아이들이 성장한 사회에서는 지금보다 성차별로 인한 문제가 줄어들지 않
연애가 시작되는 방식은 일일이 꼽기 어려울 만큼 다채롭다. 그 많은 방식 중에는 사내연애도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공유하며 일하는 직장에서의 연애란 자연스러운 연애방식 중 하나다. 회사에 다닐 때 주변에서 사내연애를 하는 커플을 여럿 봐왔다. 처음에는 조용히 숨기다가, 숨기는 게 어려울 무렵 반쯤 억지로 공개는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괜히 거리감을 두는 척 어색하게 지내야 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그렇게 지내다 헤어지면 회사 안에서 마주칠 때마다 껄끄럽겠다고 상상은 해봤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사내연애를